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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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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은이) | 현대문학

출판계 불황을 들먹이며 벌써 기십만부가 팔린 책이라는 선전 문구를 보았다. 거기에 더해 남들에겐 너무나 유명한 작가 이름도 한 몫 하여 서점이 눈에 띈 김에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게 됐다.

노년이 되어 버린 화자의 나들이로 시작되는 문장들은 몇 번이고 고쳐 읽게 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쓸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었다. 본격적으로 그 남자네 집을 찾아가기 전까지는.

동란 이후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한 여성의 삶과 배경으로 정갈하게 써 내린 것이 불만이었다. 나와 겹치는 시대성은 없지만, 출생이 비슷한 연배가 느끼는 배신감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테면 세월 좋은 소리나 투정같이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책장 넘기는 손 매무새가 곱지 않았다. 여러모로 배고프고 주린, 궁기의 시대에 그만한 안락과 풍요가 마땅찮았다. 도대체 무엇을 쓸 작정이었는지 끝 부분까지 휘 대각으로 읽어내리고픈 것을 잘도 참았다.

용케도 끝까지 읽고 난 후는 다르다. 내 주제에 무슨 시대의 동류의식을 남에게 권하랴. 그 무슨 쓸데없는 잣대인가? 어떻게든 한 생을 살은 사람들은 그 시대를 한가운데로 지나온 것임에는 엄연함일진데, 감히 내가 지금 사는 일에도 충실하지 못하는 내가 무엇을 못 마땅해할 수 있는 처지에 있을까?

한 세상을 버티어 내는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들에 죄 연관될 필요는 없다. 또 기십 년이 되는 과거를 세세하게 추억하기에는 남은 날이 적은 까닭에 차라리 얼기설기 추억하는 편이 이롭다.

200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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