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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파이 이야기 | 원제 Life of Pi (2004)
얀 마텔 (지은이), 공경희 (옮긴이) | 작가정신
파리의 수영장을 딴 이름의 인도 소년이 겪은 파란만장한 캐나다 이민기.
인도를 떠나 캐나다를 향하던 파나마 국기를 내건 일본 선박이 좌초 되면서 극적으로 살아 남은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 뱅골 호랑이, 그리고 인도 소년 3.14
한 척의 구명보트와 구명조끼로 만든 뗏목에서의 가당치도 않은 동물과의 동거가 바다 위에서 장장 270여일 동안 이어진다.
인생을 곧 잘 바다에 비유하곤 하지만, 사실 예측할 수 없는 바다의 속성과 기상의 변화를 빼고 나면 고작 중학생정도의 소년에게 일어날 수 있는 파란만장함은 기대하기 어렵다. 단지 동승한 뱅골 호랑이를 제쳐두었을 때 말이지만.
나름의 역경과 고난을 전부 버티어 내고 결국 절망 끝에 희망과 조우하게 되면 인고의 시간을 너그럽게 조망할 수 있는 것일까?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미루어 짐작해 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숱하게 전해 들어도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기실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소설 전반부와 후반부에 리처드에게 서운한 감정과 애틋한 감정을 쏟아내는 3.14에게서 희망을 잉태한 절망의 면모를 새삼 깨닫기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 기어이 익숙해져버리고 난 뒤의 나날을 소상히 기록하는 3.14에게 감동 내지는 생에 대처하는 자세 비슷한 것에 흥미가 생겼다. 그리고 반추해보는 나의 나날, 수동적으로 시간과의 소모전으로 점철된 매일 매일을 기록하기 위해서 좀 더 호의적이든 아니든 관심이 필요함은 자명하다.
오랜만에 잡은 소설이라 책장 넘기기에 조급했는데, 늘 그렇듯 성급하게 읽은 소설은 늘 아쉽고 때로는 안 읽은만 못 하는 경우도 있다. 파이 이야기를 세 토막으로 나눌 경우 마지막에 해당하는 일본쪽 사람과의 인터뷰 내용을 갑작스런 결론으로 여기고 스치듯 읽은 것이 실수였음을 다른 사람들의 소감을 읽고 깨달았다. 아무 이유없이 종교에 대한 언급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구명보트에는 동물이 타고 있었던 것인지 사람들이었는지 생각해볼 여지는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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